책이 죄다 파란색 됐다는 일본 유명 도서관의 대굴욕…커튼월 빌딩의 치명적인 단점은?

눈을 감고 럭셔리한 건물의 형태를 상상해봅시다.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많은 사람들은 고급 건물 하면 반짝반짝 빛나는 통유리에 초고층 빌딩을 떠올립니다.

해운대 아이파크 마리나타워

이른바 '커튼 월(curtain wall)'이라고 불리는 통유리 빌딩은 유리와 금속재 패널을 커튼처럼 사용해 외벽을 마감하는 것으로서 도시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강남 한복판에 있는 커튼 월 오피스 빌딩은 21세기의 최첨단을 달리는 느낌을 주죠. 또 커튼 월로 된 럭셔리 주상복합 아파트들은 지역의 랜드마크이며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대림 GT 타워, 서울

겉보기에는 아주 럭셔리해서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이 커튼 월 건물이 알고 보면 치명적인 단점 덩어리라는데요. 겉에선 몰라도 살아본 사람만 안다는 말 못 할 설움을 밝혀드립니다.

 

 

커튼 월 방식의 최대 단점은 외벽이 콘크리트가 아닌 유리로 마감되어 있어, 여름철에 별도의 냉방을 하지 않을 경우 일반 건물에 비해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직사광선의 복사열이 생겨 가뜩이나 더운 실내 온도가 더 빨리 올라가게 되죠.

뿐만 아니라 겨울철에는 차가운 유리로 인한 열 손실로 난방비가 상승하게 됩니다. 그래서 커튼 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여름에 에어컨을 하루 종일 가동하지 않으면 찔듯한 더위에 살 수가 없다 보니, 여름철 관리비가 100만 원을 넘는 집도 많다고 합니다. 커튼 월은 주로 대형 평형의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많이 선택하는 건축 공법이기 때문에, 평형에 따른 고가 관리비에 더불어 에어컨 전기료까지 덩달아 높아지는 것입니다.

송도 커튼월 아파트 전경

커튼 월 아파트는 북향 아파트의 단점과 비슷해 보입니다. 대체로 북향인 아파트는 조망 때문에 북향으로 설계되었지만, 해가 잘 들어오지 않아 종일 실내 전등을 켜고 살아야 하다 보니, 전기세와 겨울철 난방비가 비싼 단점이 있습니다. 또 햇볕을 충분히 받지 못하다 보니 심리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북향 아파트가 선호되는 경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환상적인 조망 때문이겠죠. 평당 1억을 호가하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중 하나로 꼽히는 아크로리버파크에서도 한강 조망 프리미엄은 적어도 1억을 거뜬히 넘어섭니다.

아크로리버파크 전경

커튼 월과 북향 아파트 모두 관리비가 비싸지만, 가정 경제에 무리만 없다면 화려한 외관과 조망으로 충분히 상쇄 가능하다는 사람도 많죠. 커튼월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면서 냉난방비가 부담이 된다면 고가 아파트를 감당할 능력이 안된다는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세계에서 태양광 파사드가 가장 많이 설치된 건물, 서울의 GT 타워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송일국과 세쌍둥이가 살았던 송도의 한 아파트도 대표적인 커튼월 아파트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남향에 커튼 월로 되어 있는 아파트는 쨍하게 들어오는 강한 햇살 때문에 커튼 시공을 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커튼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여름철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온 집을 꽁꽁 감싸던 커튼을 걷는 것이 아침 루틴이다"라며 고충을 토로하는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입니다. 커튼 걷고 치기가 힘들어서 아예 레일로 슬라이딩해서 여닫을 수 있는 루버셔터를 시공하는 집도 많습니다.

 

하루 종일 커튼을 치고 살 수는 없으니, 낮에는 커튼을 걷어야 하지만, 이 또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빛바램 문제입니다. 일본의 도서관을 보면 커튼월 건물의 빛바램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외관이 화려해 사람들의 큰 주목을 받았던 도서관이지만, 최근 치명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통유리로 되어 있어 종일 강렬한 태양빛에 노출된 책들은 모두 누렇게 변색되었습니다. 전체가 유리인 이 도서관의 특성상 모든 공간에 암막 블라인드를 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 이에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다는 것이 더 난관입니다.  

이렇게 커튼 월 건물의 단점이 많지만, 그래도 많은 선택을 받는 이유는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일반 건물보다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건물의 이미지는 거래 가격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건물을 지을 때 향후 가치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커튼 월의 단점을 보완해 주면서 심미적 가치를 높여주는 '커튼 월 룩' 건물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부산 삼익비치 조감도

부산 삼익비치 조감도

 

한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맞바람' 치는 판상형 구조의 아파트를 선호해왔습니다. 주상복합 아파트가 고급 이미지로 각광을 받아왔으나, 창문이 작고 환기가 잘되지 않아 실거주하기에는 다소 불편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바로 '맞통풍'이 불가능한 집이 많기 때문입니다.

유리 패널 프레임의 구조상 넓은 창호를 만들 수 없고, 매우 제한적으로 개폐가 되는 창호를 부착할 수밖에 없어서 자연적인 환기가 잘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생선구이나 찌개 요리, 고기를 구울 때 맞바람 없이 작은 창으로 환기하기에는 역부족인 경우도 발생합니다. 하지만 요즘 지어지는 주상복합 건물에는 대부분 자동 환기 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쾌적하고, 환기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거주민들의 의견도 많습니다. 

 


하지만 커튼 월 공법의 장점도 많습니다. 지가가 높은 중심지에는 주로 초고층의 커튼 월 빌딩이 많은데요. 50층 이상의 고층 빌딩은 바람이나 외부 충격을 흡수하게 되는데 이 때 커튼 월은 완충 효과를 주면서 누수를 방지해주고 안정성과 내구성이 높습니다. 또 해풍과 염분에 의한 부식이 적기 때문에 건물의 연식이 오래되어도 마치 새 건물처럼 좋은 컨디션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콘크리트 건축물에 비해 건축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커튼 월 아파트는 건축 호황기일 때, 도심 경관 심사를 충족하기 위해 지가가 높은 지역에 주로 지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해풍과 염분에 의한 부식이 적기 때문에 부산의 해운대와 송도에는 유난히 커튼 월 아파트가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최고 64층, 237미터 높이의 퍼스트월드, 송도

커튼 월의 단점을 보완해 커튼 월 룩으로 지어지는 건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커튼 월 룩'은 기존 건물과 동일하게 콘크리트로 짓되 외벽에만 유리 마감재 패널을 부착해 화려한 외관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인데요. 냉난방 효율성과 단열 기능을 높이고, 창문을 여닫는 데도 제약이 없습니다. 따라서 커튼 월의 대표적 단점이었던 환기와 통풍 문제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다만 페인트 도색이 아닌 유리 마감재 패널 부착으로 인해 시공비가 높은 것이 단점으로 꼽힙니다. 

해가 갈수록 진화하는 건축 기술이 과연 커튼 월 빌딩의 단점을 완전히 극복시켜 줄지, 건축의 내일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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