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제일 싼 미슐랭 맛집의 놀라운 성공 비결은?

미슐랭 가이드를 아시나요? 프랑스 타이어 제조업체 미쉐린(프랑스어로 미슐랭이라 발음)은 매년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를 발간합니다. 미슐랭 가이드는 레드북과 그린북이 있는데 레드북에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을, 그린북에는 여행 정보를 담아냅니다. 대개 미슐랭 가이드라고 하면 최고의 레스토랑 정보가 실린 레드북을 의미합니다.

19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의 미슐랭 가이드

흔히 미슐랭 가이드라고 하면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만찬을 즐기는 럭셔리한 레스토랑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하지만 끝없이 넓고도 넓은 것이 바로 지구의 매력이죠. 지구 한편에는 가벼운 주머니로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곳도 분명 많을 겁니다. 오늘은 세계에서 가장 싼 미슐랭 맛집으로 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하면 이런 곳이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테이블에는 흰색 테이블보와 꽃이 세팅되어 있고, 턱시도를 입은 웨이터가 서빙하는 그런 곳 말이죠. 하지만 미슐랭 가이드는 빕구르망이라는 이름으로 가성비 맛집도 선정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가성비로 꼽히는 곳은 싱가포르에 있는 2천 5백원짜리 치킨덮밥입니다.

2016년에 싱가포르가 처음으로 미슐랭 가이드를 발간했을 때에도 이 치킨라이스 집이 실렸는데요. 셰프 챈 혼 멩은 2016년이후 매년 미슐랭 스타를 받았습니다. 단 2020년에는 받지 못했는데요. 이 때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미슐랭 가이드가 아예 발간되지 않은 해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불과 3천원에 불과했지만 기가 막히게 맛있는 치킨라이스로 정평이 난 챈의 식당은 싱가폴에 2개의 지점을 더 열었고 해외 6개국에도 프랜차이즈 지점을 오픈했습니다.

미슐랭 스타를 받은 곳이지만, 사실 겉에서보면 여느 시장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작은 가게의 모습이라 조금 의아하기도 합니다. 이 작은 식당에서 어떻게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을까요? 셰프 챈 혼 멩의 사업 스토리를 들어봤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챈은 싱가포르 호커 센터에서 2009년 치킨 라이스와 누들을 판매하는 식당을 열면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가게의 이름을 호커 챈이라고 짧게 줄였고 싱가포르 내에 2개의 분점도 열었습니다. 그리고 타이완, 말레이시아, 태국, 호주, 필리핀, 카자흐스탄에도 그의 식당이 뿌리를 내렸죠.

가게 대표 메뉴는 치킨 라이스입니다. 1인분의 가격은 단돈 3 싱가포르 달러(약 2,500원)인데요. 특제 소스를 얹은 치킨 한 마리의 가격은 만 3천원 정도입니다.

싱가포르에서 미슐랭 스타를 받은 다른 유사한 식당은 이곳보다 1.5배 정도 가격이 비싼데요. 저렴하면서도 음식의 맛과 질은 절대로 양보하지 않았기에 오랜 기간동안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셰프는 여러 시간동안 직접 고기를 약불에 뭉근히 조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싱가포르의 호커 센터는 개방되어 있는 식당들이 가득한 곳으로서 도시의 문화를 상징하는 유명한 곳입니다. 이곳 사진이 꽤 익숙하게 보이는 이유가 있는데요. 식당들이 조목조목 붙어있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붙어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이 우리나라의 시장 속 먹자골목과 유사하게 느껴집니다.

싱가포르에는 사진처럼 먹자 골목을 뜻하는 호커 센터들이 100곳 넘게 있는데요. 이곳에서는 아시아 요리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고 있습니다.

작년 12월에 싱가포르의 호커 센터는 심지어 유네스코의 인류 무형 문화 유산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인도의 요가나 핀란드의 사우나 문화처럼 싱가포르에는 이런 먹자 골목 시장이 발달한 것입니다.

이곳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하는 '지역사회 식당'같은 역할을 합니다. 스트리트 푸드 문화에서부터 시작해 호커 센터는 싱가포르를 다문화적 도시로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그리고 다른 문화들이 섞여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차이나타운 컴플렉스 마켓과 푸드 센터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호커 센터인데요. 이곳만 하더라도 220개의 작은 식당들이 존재합니다.

이 호커 센터 안에서 코너에 위치해있는 챈의 식당은 아침 10시 반에 영업을 시작해 재료가 모두 소진될 때까지 음식을 판매한다고 합니다.

기자가 직접 음식을 먹어보기 위해 식당을 방문했을 때는 이미 10명 정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요. 대부분 사람들이 대표 메뉴인 2천 5백원짜리 치킨 라이스를 주문했습니다. 다른 가게들처럼 챈의 가게도 오직 현금만 받고 있었죠.

5분 정도 줄을 섰을 때 벌써 다른 10명이 와서 뒤에 줄을 섰다고 합니다. 하지만 장사에 대한 노하우가 붙은 터라 줄은 금방 줄어들었다고 하네요. 셰프는 요리를 하고, 다른 스탭은 주문 관리를, 또 다른 스탭은 포장 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하루에 80마리의 닭을 소비하고, 600인분 정도를 판매한다고 합니다.

갈색 플라스틱 접시에 나온 치킨 라이스를 받으면 취향에 맞게 간장이나 칠리 소스를 뿌릴 수 있습니다. 너무 사람이 많아 사진을 찍기 조차 힘들었던 기자는 테이블에 와서야 음식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요. 푸드 코트처럼 식탁과 등받이가 없는 의자로만 구성된 식사 공간은 미슐랭 식당이라하기에는 괴리가 있다고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미슐랭의 별을 매기는 담당자는 실제로 매장 인테리어, 테이블 세팅, 서비스의 퀄리티를 직접적으로 고려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5가지 항목을 보고 레스토랑의 점수를 매기는데요. 사용한 재료의 퀄리티, 풍미와 요리 실력의 숙련 정도, 요리에 드러난 세프의 철학, 가성비, 그리고 단골 고객의 방문도가 고려 요소입니다.

챈의 치킨 라이스는 치킨과 밥, 10가지의 향신료를 넣은 소스로 이뤄져 기본에 충실하지만 맵고 신 맛의 밸런스가 잘 맞고 밥이 너무 기름지지도 않아 맛에 승부를 걸었다는 것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평입니다.

한국인은 전통 시장의 푸드 코트 문화에 익숙하지만,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이러한 식사 문화가 상당히 신선해보인다고 합니다. 한 외국인은 혼자 먹는 이도, 친구들과 어울려 먹는 이도 있으며 자연스럽게 동지가 되는 듯한 이러한 분위기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나중에는 친숙하게 느껴져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싱가포르에 방문한다면 꼭 가봐야 할 '세계에서 가장 싼 미슐랭 맛집'을 지금까지 소개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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